한 달 뒤 길어올린
괌에서의 순간들
여행은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뒤까지 이어진다.
처음 겪는 것들이 가득한 정신없는 며칠을 보낸 뒤
다시 찾아온 평범한 일상 중, 여행의 기억이 반복해
재생되는 순간들까지. 그때 자꾸 떠올리는 순간들은
그 여행의 가장 진한 기억이자, 언젠가 그곳에
다시 돌아갈 이유가 되곤 한다. 롯데호텔에서 머문
4일간의 괌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 남짓,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4개의 장면을 꺼내봤다.
낭만 가득했던 시간에서 길어 올린 가장 좋았던 순간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괌에 간다면 만나게 될 순간들이다.
에디터 Amanda의 여행 취향
욕심 내 무리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좋았던 순간에 더 크게 감동하고,
가고 싶은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짠다.
SCENE 1.
동네 빵집, 동네 카페 순례
어떤 여행을 떠나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할 때 가장 즐겁다. 내가 나의 평범한 일상을 떠나왔다는 점을 가장 실감할 수 있기 때문.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는 작은 동네 빵집, ‘Frances Bakehouse’는 롯데호텔 괌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히 모이는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활기찬 직원의 추천대로 시금치 베이글을 맛봤고, 선 드라이 토마토와 크림치즈, 시금치의 감칠맛에 이른 아침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갔다. 오전 6시면 문을 여는 괌의 로컬 체인 카페 ‘Infusion Coffee&Tea’에는 앉을 자리를 먼저 권하는 다정한 동네 사람들이 있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 나오는 나의 모습이 괌의 오랜 주민인 듯 자연스러워 꽤 기분이 좋았다.
SCENE 2.
목적지 없는 드라이빙
제주도의 약 삼분의 일 정도 되는 면적의 괌은 두세 시간의 운전이면 섬의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호텔 내에서 렌터카를 빌릴 수 있어 더욱 편리했던 롯데호텔 괌에서 출발해 30분 정도 달렸을까. 근처 바다와 이어진, 발전소 인근의 수로 통로 ‘Emerald Valley’에는 태어나 처음 보는 맑기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물속의 산호와 물고기가 한눈에 보일 만큼 물은 투명했고, 수로가 듬성듬성 돌로 막혀있는 덕분에 파도는 잔잔해 완벽한 천연 수영장 그 자체였다.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은 아쉬움을 애써 뒤로 하고 다시 떠난 드라이빙은 내비게이션에 찍은 목적지가 소용없었고,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풍경을 눈에 담으려 차를 세우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호텔에서 벗어나 괌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SCENE 3.
오묘한 미국의 맛
괌은 미국령이지만, 원주민 차모로족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색다른 로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괌에서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King’s Restaurant’는 클래식한 괌 현지식과 미국식 메뉴를 골고루 다루는 곳이었는데, 간장에 햄과 채소, 달걀을 볶은 괌의 대표 음식 차모로 볶음밥에 더해 미국 영화에 종종 출연하는 캐주얼한 다이너 메뉴들이 있었다. 단골들 사이에 앉아 3인분은 족히 될 것 같은 양의 한 접시 음식에 인공 감미료 맛 가득한 탄산음료를 곁들이니 괌의 ‘진짜’를 본 것 같았다. 더위를 피해 ’The Plaza’ 쇼핑몰 인근을 돌아다니다 들어간 ‘Beachin’ Shrimp’는 퓨전식 미국 동부 해안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었는데, 캘리포니아 쉬림프롤부터 가게명과 동일한 이름의 매콤한 빨간 국물의 대표 메뉴까지 오묘한 미국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SCENE 4.
뜨거운 날씨, 시원한 신선 놀음
1년 내내 여름인 괌 날씨는 꽤 덥고 습하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고, 정오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 어려운 날도 있으니 그리 친절한 날씨는 아니다. 그러나 그 날씨마저 ‘따스했던 열기’ 정도로 미화된 건, 성인 6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로 넓고 쾌적한 객실에서 세상 시원한 침대에 누워있던 순간들 덕분. 침대에 가만히 누워 통창 가득한 오션뷰를 바라보던 하루의 시작과 끝은 남아있던 여독을 풀기에 너무나 충분했고, 조금 지쳤던 셋째 날 오후에는 밖에 나가는 대신 클럽 라운지에 머물며 무제한 맥주와 와인을 하염없이 마셨다. 식당도 뷔페도 아닌 해피아워일뿐인데, 즉석에서 정성스레 구워주는 스테이크와 함께하니 더욱 행복했다. 그저 좋았다.